독점폐해와 마이크로소프트

기업은 시장을 독점함으로써 공정한 자유경쟁과 공공의 이익을 저해하고 중소기업 및 일반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더욱이 특정 대기업의 경우에는 이들의 시장독점으로 필요 이상의 가격이 인상되고 독점이윤으로 인한 중소기업과 일반 소비자들의 이익을 크게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에 정부는 건전한 국민경제의 발전과 공정한 경쟁을 실현하기 위하여 독점의 배제를 입법화하고 각국의 경제적 조건에 따라 여러 가지 정책을 수립하게 되었다.

시장지배를 목적으로 동일한 생산단계에 속하는 기업이 하나의 자본에 결합되는 것을 트러스트라 하는데 최초의 트러스트는 록펠러(Rockefeller)가 조직한 스탠다드 석유트러스트(Standard Oil Trust)이며 이에 의하여 석유업을 독점적으로 지배하게 되었다. 록펠러는 1863년 먼저 하나의 정유소의 주주가 되는데서 출발하였다. 그후 그는 석유를 수송하는 철도와 파이프라인을 장악한다. 석유를 운반하는 나무통을 제조하는 공장을 만들고 목재를 확보하기 위해 삼림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정유용의 화학물질을 만드는 공장을 세워 부산물에 대한 시장을 찾았다. 그리하여 그는 미국의 정유능력의 75%, 파이프라인의 90%를 독점하게 되었다. 1882년에는 40여개의 회사를 통합하여 스탠다드 오일컴퍼니를 설립하였다. 결국 석유가격 횡포로 소비자와 중소업체들의 독점에 대한 비난이 높아져 스탠다드 오일컴퍼니는 셔먼법(Sherman AntiTrust Act)에 의해 분할되었다. 그때 분할된 회사들이 지금 미국의 석유메이저인 엑슨, 모빌, 아모코, 셰브론 등이다. 스탠더드 오일컴퍼니의 강제분할 이후 사회적으로 독점규제 분위기가 고조돼 같은 해 미 담배시장의 95%를 독점했던 아메리칸 토바고도 16개 회사로 분리됐다.

미국은 독점금지를 위해 1890년에 거래를 제한하는 공동행위와 독점행위를 금지하는 셔먼법을 제정하고 1914년에 가격차별, 배타적 거래, 합병 등의 경쟁제한적 행위를 금지하는 클레이튼법(Clayton Act) 및 불공정한 경쟁방법, 불공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연방거래위원회법(Federal Trade Commission Act) 등을 두고 있다.

지난 2월 22일 미국 워싱턴 연방지법은 국내 운영체제 시장에서 9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독점금지법 위반사건의 1심 마무리 공판에 들어갔다. 지난해 판결이 '우월적 지위 남용'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공판은 '불법행위' 여부가 핵심이다. 반독점금지법 위반혐의가 인정될 경우 빌 게이츠가 이룩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분할은 움직일 수 없는 대세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예비판정 이후 법원과 행정부측은 막후협상의 길을 터주었으며, 이에 따라 리처드 포스너 판사가 수개월간 협상을 중재했다. 이때 거론된 것이 마이크로소프트를 판매, 개발, 인터넷 콘텐츠 등 3개 회사로 분할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윈도의 소스코드 공개, 무료에 가까운 제품가격 인하, 소규모 회사로 핵분열 등 4가지 시나리오이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4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거부했다. 이제 반독점법과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가 택할 수 있는 해결방법은 두 가지 정도이다. 한가지 방법은 윈도우 사업을 분할해 윈도우만을 판매하는 회사와 다른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회사를 따로 만드는 것이고 또 다른 한가지 방법은 윈도의 컴퓨터 소스코드를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 보면 윈도우의 소스를 공개할 경우 그 피해는 상당히 크다. 지금까지 독점이나 다름없던 시장을 여러 업체에 넘겨줌으로써 자신의 많은 이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며 독점적 지배권 상실에 따른 시장지배력도 급격히 낮아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업분리 방식 역시 몇개 회사로 분리할 경우 윈도우와 관계없는 나머지 회사들의 영향력은 거의 없어지게 마련이므로 나을 것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막대한 이익을 연구개발비에 재투자하고 그들의 동료인 조직구성원과 사회에 환원하는 등 기업가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독점행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소비자들은 고가로 운영체제를 구입해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 역시 윈도우 운영체제에 맞게 개발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외에도 운영체제 시장을 지배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환경의 중요성이 급증하면서 익스플로러를 개발해 윈도우 운영체제와 함께 이를 공급함으로써 결국 넷스케이프사는 내리막 길을 걷게 되었다. 또한 그들의 오피스 프로그램 역시 고가이지만 현재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탁월한 기술력과 경영능력은 모든 기업에 귀감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윈도우 소스코드를 공개할 경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촉진하고 고성능 운영체제를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나라 기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기업들간의 담합행위는 없는지, 불공정한 행위는 없는지,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일은 없는지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