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과 산의 조화 강촌, 숲속의 작은 섬 죽도

가볼만한

아름다운 섬 죽도

파란 하늘아래 우뚝솟은 독산(獨山)을 휘어감고 지나간다. 널따랗게 펼쳐진 냇가와 계곡의 바위위엔 밤새 함박눈이 살포시 내려 앉았다. 겨우내 한들거리던 억새풀도 눈꽃을 피우며 동작을 멈췄다. 전북 진안군 진안읍 가막리 죽도(竹島).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89년도 여름 이곳 죽도를 처음 방문했다.. 아니 방문했다기 보다는 우연치 않게 찾은 곳이라는 표현이 더 올바르다.. 숲속의 섬, 산자수명의 천연요새인 죽도는 덕유산에서 발원한 대량천과 장수천이 합류하면서 오래전부터 섬으로 고립됐다. 아침엔 운무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밤이면 맑은 물에 달그림자가 비친다. 죽도 초입엔 사시사철 시원한 물줄기를 토해내는 나지막한 폭포가 있다.. 섬앞 천반산(해발 647m) 봉우리가 죽순처럼 솟아있고 산대나무가 곳곳에 널려있어 죽도라 불렸다. 여름에는 물이 차고 맑으며, 겨울엔 한적한 캠핑을 즐기는 오프로드 명소인 죽도.. 대학이란 곳에 들어가 이리저리 방황하던 때 마음 맞는 친구들과 그냥 떠나기로 하고 무작정 버스를 탄 후 찾은 곳.. 무주구천동으로 갈까하다 버스정류소에 조그맣게 보여 그냥 찾아본 곳 죽도에서의 하룻밤이 잊혀지지 않아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 곳.. 시원한 물줄기에 너무나도 조용했던 곳에서 풋풋한 사랑의 기억에 남은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여인과 친구들과의 하룻밤.. 세상얘기를 하면서 슬퍼했던 그곳..

죽도는 401㎞ 금강기행에서 빠지지 않는 곳이라 한다..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슬픈 역사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왕건의 훈요십조와 함께 호남인의 인재등용을 막아버린 계기가 된 정여립 모반사건의 근거지.. 조선 선조때 동·서인의 당쟁에서 역신으로 몰린 정여립이 이곳으로 피신했다가 관군에게 발각돼 포위되자 자결한 곳으로 전해진다. 천반산 송판서굴은 정여립과 그 부하들이 칩거했던 곳이라 한다..

개발논리에 사라질 운명 죽도

이런 죽도가 2000년말 금강줄기에 용담댐이 들어서게 됨에 따라 수몰지구로 고시돼 이제 모두 떠나야 할 신세라고 한다.. 물이 차면 교통로마저 끊겨 완전한 섬이 될 운명인데.. 수자원공사측은 실측결과 지금보다 수심은 높아지나 상류지역이므로 역류가 적어 대홍수가 아닌이상 물에 잠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하나 인근마을 사람들은 짙은 안개 등 기후·생태계의 변화로 인한 피해를 예상하며 걱정이 크다.. 함박눈이 내릴 때마다 눈속에 파묻혀 긴 겨울잠을 청하는 외로운 섬 죽도는 뜸한 겨울손님을 위로삼으며 물속에 잠길 운명을 모르는 채 천연덕스럽게 누워있다..

이곳에서 우리들의 사랑과 우정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