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 캐피탈 M&A와 상호진화전략

셸은 유럽전체에서 통용될수 있는 신용카드 사업진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호텔업과 항공사업을 연계시키기 위해 여행관련사업체인 엘러지사를 운영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인터넷에서 달력과 주소록 및 알람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래닛올을 흡수합병했으나 아직 충분한 시너지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사업간 시너지효과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상호진화(coevolving)라고 불리는 전략과정을 들 수 있다. 상호진화에 관한 아이디어는 격렬한 경쟁과 변화의 속도가 요구되는 산업에서 성공한 기업전략을 10년간 연구한 결과로부터 나왔다. 자연생태계에서의 상호진화현상과 복합사업에서의 시너지효과를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사이의 협력망은 매우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다.

상호진화하는 회사 관리자들은 사업간의 연계는 임시적이라고 간주한다. 그들은 '단순결합 조직'을 생각한다. 전통적인 기업 경영진은 상층부에서 협력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상호진화하는 회사 경영진은 전략의 수립을 통제하거나 심지어 미래를 예측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필요한 상황을 수립하고 그 안에서 사업단위들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도록 유도한다. 인센티브시스템도 다르다. 상호진화하는 회사는 협력에 대해서가 아니라 개별성과에 대해 사업부단위로 보상한다. 협력은 그 자체가 유용하기 때문이 아니라 각각의 사업부가 협력을 통해 각각 개별의 이익이 모두 창출될 경우에만 발생한다. 전통적 기업에서 사업체사이의 협력망은 고정된 형태로 고착되는 경향을 보인다. 일단 협력패턴이 수립되면 정규적으로 다시 검토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와 반대로 상호진화하는 기업 경영자는 수시로 사업사이의 연계를 재검토하고 연결한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몇 개일뿐 대부분 지속성이 짧다.

제품판매와 혁신적 금융서비스의 협력전략에 의해 GE캐피탈과 산업재 사업부는 모두 성장했다. 1970년대까지 고속성장을 지속하던 GE는 광범위한 다각화에 따른 비효율성이 증가했다. 이에 잭 웰치 회장은 1980년대 들어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 기업 인수를 단행했다. GE의 구조조정은 ‘No.1 또는 No.2’의 원칙하에 미래산업을 핵심산업, 하이테크산업, 서비스산업으로 설정하고 세계시장에서 1, 2위가 아닌 사업부문은 폐쇄하거나 매각했다. 이 때 GE는 1백억 달러에 이르는 비전략사업이나 한계사업을 정리하는 한편 1백90억 달러에 이르는 기업을 인수했다. 이러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결과 1백50개에 달했던 사업부문이 12개로 축소됐다. GE가 범세계적인 M&A를 통해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GE캐피탈의 전세계적인 영업망을 통해 확보한 정보, 금융노하우, M&A 역량 등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GE캐피탈은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적절한 투자 방향과 사업 전략을 GE의 각 사업부에 제공했다. 또한 GE캐피탈은 여러 기업들과의 금융거래를 통해 축적된 노하우를 기반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M&A 대상으로 선정하고 유리한 M&A 계약을 체결했다. GE는 GE캐피탈의 M&A 역량을 활용해 1990년대 초반 유럽시장 진출을 확대한데 이어 1995년에는 외환위기의 와중에서도 멕시코의 10개 기업을 10억 달러에 인수, 멕시코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가 있었다.

GE캐피탈은 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질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피인수기업을 GE의 조직에 성공적으로 통합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피인수기업의 사후관리에 더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GE캐피탈은 피인수기업이 최대한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통합과정에서 통합속도 조절, 자원 재배치, 조직과 사업 재설계, 종업원들의 반발 등에 관한 관리방안을 제시하고 통합전략을 수립했다. 이와 같이 GE가 성장하는데 있어 GE캐피탈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포천지에서는 GE캐피탈을 잭 웰치 회장의 비밀 병기라고 표현했다. GE가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것과 같이 GE캐피탈 자체도 인수합병으로 성장했다. 지난 해 말까지 10여년간 GE캐피탈의 회장직을 역임했던 게리 웬트 회장은 기존 사업의 확장과 함께 기업인수를 GE캐피탈의 주요한 성장 전략으로 채택하고 사업확장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하였다. 이를 위해 GE캐피탈에서는 규모가 큰 사업부문의 경우 부회장 밑에 기업인수를 담당하는 경영개발관리자(Management Development Officer)라는 직책을 두고 있다. 이들은 GE캐피탈의 성장에 공헌할 수 있는 기업들을 발견하고, 분석하고, 인수협상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GE가 성장엔진의 하나로 글로벌화를 꼽고 있는 것과 같이 GE캐피탈도 업무 영역을 전세계로 확대해 왔다. GE캐피탈은 유럽시장에 대한 진출을 계속 확대, 1997년에는 아일랜드의 금융기관을 인수해 영국·덴마크·포르투갈 등으로 차량 및 장비 리스업무를 확대했고, 스페인·헝가리 등에서도 대출 및 자금조달에 관련된 자문서비스업무에 진출했다. 또한 1996년에는 금융기관 인수를 통해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시장에 진출했다. GE캐피탈은 중국에서 외국인 소유기업으로는 최초로 금융업 면허를 받았다.

앞으로 GE캐피탈이 가장 중점을 두고 활발하게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아시아다. 최근 외환위기로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으나 아시아를 21세기에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GE캐피탈은 유럽이나 멕시코에 진출해 성공했던 것처럼 아시아에서도 성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성공에 대한 확신의 배경에는 GE캐피탈이 가지고 있는 환위험 헤지와 같은 금융기법을 통해 환율변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GE캐피탈은 아시아시장에서 사업영역 확장을 위한 교두보로 일본에 진출한데 이어 한국·태국·대만 등에 합작회사 설립이나 기업인수를 통해 사업을 계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으로 있다. 특히 GE캐피탈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할부금융과 같은 소매금융 시장에 진입할 목적으로 기업인수뿐만 아니라 전략적 제휴 및 단순한 지분참여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GE캐피탈이 제일은행 인수에 참여했던 것도 이러한 아시아 진출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자료원 : 한경닷컴, 이코노미스트 제470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