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현대인수 : 현대-대우자동차 '빅2'로 재편

현대가 기아 아시아 자동차 낙찰자로 선정됨에 따라 1년 3개월간 끌어온 기아사태가 일단락됐다. 관심을 모은 포드가 탈락한 결정적 이유는 인력 1만 2천명 감축과 아시아자동차 인수 불가 등 두가지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이로 인해 현대가 어부지리했다는 게 입찰 사무국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낙찰자 선정에도 불구하고 기아 채원단은 현대가 요구한 7조원이상의 부채탕감액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새 변수가 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현대 낙찰이 무효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기아인수를 포기한 삼성자동차의 항배도 앞으로 남은 숙제. 삼성은 외자유치를 통한 생존을 모색하고 있지만 과다한 부채에다 추가적인 대규모 투자부담 등으로 빅딜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계는 앞으로 현대와 대우 2사 체제로 재편되면서 생산설비 조정으로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안정적인 경영여건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기아처리의 변수 '부채탕감액'
규모=5조원가량의 부채탕감을 생각했던 채권단은 현대의 부채탕감액 7조 3천억원에 대해 동의를 해줘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은행 종금 보험 등 30여개의 채권금융기관들은 6조원 이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부가 '수의계약은 없다'는 확고한 방침을 밝힌 이상 결국엔 동의하게 될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채권단이 현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예비낙찰자로 선정된 대우와 부채탕감 조건을 재협의하거나 바로 청산절차를 밟게 되며 이렇게 되면 기아처리가 상당기간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대우 양상체제
연간 생산능력 8만대 규모의 삼성자동차가 기아인수에 실패, 군소업체로 전락함으로써 국내 자동차업계는 대형업체인 현대와 대우의 양사체제로 굳어진다. 특히 현대는 기아를 인수하면 연간생산 규모가 1백 88만대에서 2백 93만대로 늘어나 '규모의 경제' 선인 2백만대를 넘어서고 국내 부동의 1위를 굳히면서 10위권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그러나 기아 아시아차 모두 현대가 단독으로 인수할지는 미지수,. 현대는 지금 당장엔 분할인수를 부인하고 있지만 현대의 인수 여력을 감안할 때 승용차와 상용차를 분리해 상용차를 대우에 넘길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경우 상용차차종이 부족했던 대우가 종합자동차메이커로 발돋움하게 된다.

대규모 생산축소 불가피
자동차업계가 현대-대우체제로 정리되면 양사는 심각한 공급과잉 상태에 있는 생산규모를 대폭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의 연간 생산설비 규모는 승용차와 사용차를 합쳐 현대 1백 88만대, 대우 1백20만대, 기아 1백 5만대, 삼성29만 4천대 등 4백 43만대. 해외설비까지 감안하면 6백 80만대 규모로 세계 5위의 자동차 대국이다. 이에 비해 국내 자동차 내수판매량은 연간 1백 50만대선. 그나마 올해는 IMF사태로 내수가 격감, 현재 각사의 설비가동률은 40%에 불과하다.
현대는 기아를 정식 인수하게 되면 생산이 중복되는 일부 사업부문을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할 대규모 인력조정. 자동차 업계에서는 총 생산규모를 3백만대선으로 축소할 경우에는 현재 업계 전체고용인력 10만 9천여명중 3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자동차의 향방
94년말 자동차사업에 진출한 삼성자동차는 이번 기아인수 좌절로 존립자체가 위협받게 됐다. 삼성측은 "현재 일본의 닛산과 연간 10만대 가량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수출 계약이 마무리단계에 있으며 유럽 2개업체와의 외자유치협상도 구체화하고 있다"며 "어떻게든 독자경영 기반을 마련해 사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그대로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부를 삼성을 빅딜논의과정에 포함시키거나 워크아웃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간생산능력(만대)

종업원수(명)

비 고

현대

188

48,435

현대정공포함

기아

105

23,093

아시아포함

대우

120.9

30,588

쌍용차 국민차포함

삼성

29.4

7,643

상용차포함

합계

443.3

109,759

<자동차 업체별 생산능력 및 종업원수>

포드 "과정 공정 결과 실망", 외국투자기관 '환영半 실망半'
19일 현대가 기아 아시아자동차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되자 존 스펠리치 포드자동차 대변인은 "이번 입찰은 공정하게 진행됐으나 입찰 결과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외국투자기관의 국내 지점들은 현대가 낙찰자로 선정된 데 대해 환영과 실망이 엇갈렸다.
델 릭스 암로증권 서울지점장은 "포드의 낙찰 실패가 외국투자가들에 악영향을 줄수 있다는 예측에 대해 룧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입찰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회사가 인수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며 포드가 인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외국투자가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태욱 SG증권 서울지점장은 "포드가 아시아자동차에 대해 액면가 이하로 써내 실격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포드는 부채탕감요구액을 더 많이 써내더라도 규정에 따라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현대도 단독으로 기아를 끌어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포드와 추가협상을 벌여 제휴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빌 헌서커 ING베어링증권 서울지점차장은 "입찰결과야 공정한 것이겠지만 현대가 낙찰자로 선정된 것은 이해가 잘 안된다"면서 "현대와 대우는 자금력 부족과 과잉설비 때문에 기아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2차 입찰까지 보수적이던 현대가 갑자기 적극적으로 나온 것은 한국 자동차산업 보호차원에서 포드의 낙찰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옥성 엥도수에즈 증권 서울지점장도 "현대가 최종적으로 기아를 인수한다면 대외 신인도 제고나 외장유치 측면에서 분명한 악재"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채권단이 포드로 기다를 넘기더라도 절차상의 불공정성 시비는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고 단서를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