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컴퓨터대란 '밀레니엄 버그(Y2K)'

전세계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미국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지난 해부터 아일랜드, 영국, 인도는 물론 우리나라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대거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사례가 목격되고 있다. 이들의 목적은 「21세기 컴퓨터 반란」또는 「21세기 대재앙」등으로 묘사되는 2000년 컴퓨터 연도표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물론 최첨단기술을 자랑하는 미국이 기술력이 없어서 이들을 수입하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2000년 컴퓨터 연도표기문제」또는 「밀레니엄 버그」로 불리는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기술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력 외에도 시간과 비용, 그리고 인력 등 3박자를 모두 갖춰야 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맨 먼저 해야할 일은 기업의 컴퓨터 프로그램속에 들어있는 연도에 관계되는 부분을 찾아내는 작업. 컴퓨터 프로그래의 소스를 분석. 데이트 코드를 찾아내고 이 부분을 수정하는 작업이 핵심이다. 그러나 과거 기업이나 공공기관에 깔려있는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은 60년대에 개발된 「코볼」언어로 작성되어 있다. 따라서 코볼로 제작된 프로그램을 분석해 밀레니엄 버그를 해결하는데는 코볼 전문가들이 필수적이지만 이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의 구세대들로 현역에서 은퇴했거나 간부사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역 프로그래머들은 코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밀레니엄 버그 수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 미국기업들이 부랴부랴 코볼 전문가들을 수입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2000년까지 불과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코드 변환작업을 마친 후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정밀한 시험가동기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밀레니엄 버그는 미국기업들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인가. 컴퓨터가 있는 곳이면 지구촌 어디든지 밀레니엄버그에서 예외일 수 없다. 국내의 한정된 코볼 인력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순간 우리나라의 기업. 공공기관의 컴퓨터들은 그대로 밀레니엄 버그에 무대책으로 방치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인력이 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가운데 일부SI(시스템통합)업체들이 밀레니엄 버그 해결을 위한 대안을 내놓고 기업들에게 제안서를 내놓지만 이들은 대부분 「강건너 불구경」식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

삼성그룹의 전산시스템을 관리하는 삼성 SDS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밀레니엄 버그에 대한 문제점을 강조하고 하루속히 대책마련에 나설 것을 권해보지만 국내 기업들은 이런 제안을 장삿속으로 치부하면서 미동도 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에따라 이 회사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문제해결에 나서는 동시에 미국 등 외국기업들을 상대로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정보산업연합회가 지난 1월 국내 1백 50개 기업들을 상대로 밀레니엄 버그의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중 30.6%는 경영진이 밀레니엄 버그에 관해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는 2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대응을 완료한 업체는 금융기관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체응답기업의 12%에 그쳤고 아직도 작업에 착수하지 않은 업체는 무려 58%이상이 문제를 해결했거나 해결중이며 39.5%는 문제해결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혀 가장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경영진의 인식이 부족한데다 전산시스템의 규모가 작아 해결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보통신부는 Y2K 문제 해결에 취약한 중소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정보통신진흥협회 주최로 중소기업 전국순회 지원 및 세미나를 개최할 방침이다. 99년 5월9일자 연합신문에 따르면 정보통신부는 따르면 국가및 사회 전반에 걸쳐 '컴퓨터 2000년 연도인식 오류문제'(Y2K)를 점검하고 문제해결을 촉진하기 위해 오는 5월 24일부터 30일까지를 `Y2K 캠페인 주간'으로 정하고 범국가적인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번 행사는 정부가 분야별 추진상황 발표와 비상훈련 실시, 국민대비 요령소개 등을 담당하고 민간 차원에서는 모의시험참가와 성공사례발표, 세미나 개최 등이 있을 예정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