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사의 리엔지니어링

포드사의 리엔지니어링

기업경영에서 프로세스는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한다. 기업경영에서 고객은 기업내부에도 있을 수 있는데 기업의 제조부문을 예를 들면 제품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공급하는 구매부서는 생산부서와 고객관계가 된다. 리엔지니어링은 이러한 내부고객과의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포드사가 그 예이다.
1980년대 포드사는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처럼 간접경비와 관리비용을 감소시킬 방법을 찾고 있었다. 포드사가 원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곳 중의 하나는 포드사의 공급업체가 제출하는 청구서에 대해 대금을 지불하는 외상매입금 부서였다. 그당시 포드사 북미사업부의 외상구매관리부서의 직원은 500명 이상이었다. 포드사의 임원들은 일부 기능을 자동화하는 컴퓨터를 도입함으로써 이 부서의 인원을 20%정도 감축하여 직원수를 400명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리엔지니어링의 정의에 따르면 현재의 수작업 프로세스를 자동화함으로써 얻어지는 이러한 점진적인 개선은 경영혁신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드사의 경영자들은 그들이 마츠다사를 방문하기 전까지는 20%도 상당한 성과라고 생각했다.
얼마전 포드사는 마츠다의 지분을 25% 인수하였다. 포드사의 임원들은 마츠다가 불과 5명의 인원으로 외상매입금을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포드사의 500명과 마츠다의 5명은 마츠다의 기업규모나 단결심, 사가(社歌), 아침체조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엄청난 것이었다. 20%의 인원감축을 이루기 위한 자동화도 포드사의 원가수준을 마츠다와 동일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므로 포드사의 임원들은 외상매입금이 처리되는 전체 프로세스를 다시 생각해야만 했다. 기업들은 업무프로세스만을 리엔지니어링할 수 있으며, 이 프로세스를 수행하기 위해 진화되어 온 관리조직은 리엔지니어링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은 포드사에 있어 중대한 시각의 변화를 나타낸 것이었다. 외상매입금부서는 하나의 부서로 한 사무실에 앉아서 서로 다른 사람에게 서류를 넘겨주는 사무직우너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프로세스가 아니므로 리엔지니어링될 수 없으며, 그들이 하고 있는 일만이 리엔지니어링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업무 프로세스를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은 리엔지니어링된 업무 프로세스 자체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다. 즉 리엔지니어링은 부서나 기타 조직단위가 아니라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의 재설계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리엔지니어링 노력을 조직단위의 관점에서 정의하면 그 노력은 결국 실패하고 말 것이다.
결국 포드사가 리엔지니어링한 프로세스는 외상매입금이 아니라 조달이었다. 이 프로세스는 부품을 필요로 하는 공장으로부터의 구매주문을 입력받아서 구입하고 대금을 지불한 제품을 이 프로세스의 고객인 공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조달 프로세스는 외상매입금부서의 기능과 구매 및 수취기능도 포함한다. 예전의 포드사의 부품조달 프로세스는 매우 전통적이었다. 이는 공급자에 구매주문서를 보냄과 동시에 사본을 외상구매관리부서로 보내는 구매부서에서 시작한다. 공급업자가 보낸 제품이 포드사에 도착하면 물품수납부서의 직원은 그 제품에 대한 서류를 작성하여 이를 외상매입금부서로 보낸다. 그러는 동안에 공급자는 외상구매관리부서로 송장을 보낸다. 이렇게 하여 외상구매관리부서는 이 제품에 관련된 세개의 서류가 모두 일치되면 대금을 지불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렇게 처리되지만 가끔씩 파레토법칙이 적용된다. 20세기 초의 이탈리아 경제학자인 파레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80:20 규칙이라고 부르는 것을 공식화했는데, 이것은 학술적으로 오배분의 법칙(law of maldistribution)으로 알려져 있다. 이 법칙은 한 프로세스에 들어가는 노력의 80%가 단 20%의 입력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이다. 포드사의 외상매입금부서의 경우 이 부서의 사무원들은 구매주문서, 물품수취서류와 송장이 일치하지 않는 드문 상황을 해결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한다. 가끔씩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찾아 명확히 가려내는데 수주일의 시간과 엄청난 양의 일이 요구되기도 한다.
포드사의 새로운 외상매입금 프로세스는 이제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새로운 프로세스는 송장을 완전히 제거하였기 때문에 외상매입금부서의 직원들은 더이상 구매주문서와 송장, 물품수취서를 대조하지 않는다. 그 성과는 극적인 것으로 단 125명의 인원으로 대금지불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제품이 도착하면 수납부서의 누군가가 컴퓨터 단말기로 도착한 제품이 데이터베이스 내에 있는 미결 구매주문과 일치하는가를 알아본다. 그 결과는 일치하든 일치하지 않든 단 두가지 가능성만 존재한다. 일치하면 수납부서의 직원들은 그 제품을 수취하고 단말기의 키보드를 눌러 주문한 제품이 도착하였음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한다. 제품의 수취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면 컴퓨터는 적절한 때에 자동적으로 수표를 발행하여 공급업자에게 보낸다.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미결 구매주문 중 도착한 제품과 일치하는 것이 하나도 없으면 수납부서의 직원은 제품의 수취를 거부하고 이를 공급업자에게 다시 돌려보낸다. 포드사가 이룬 변화의 기본 개념은 단순하다. 외상매입금 부서에서 수행되던 대금지불승인이 이제는 수납부서에서 이루어진다. 과거의 프로세스는 500여명의 직원들에게 미결파일, 장부를 처리하게 하는 등 복잡성을 조장하였다.
새로운 프로세스는 그렇지 않다. 새로운 프로세스는 외상매입금부서의 필요성을 거의 제거시킨다. 엔진부문과 같은 부서에서는 외상매입금부서의 인원수가 이전의 5%에 불과하다. 소수의 사람들만이 남아서 예외적인 상황을 처리하고 있다. 포드사가 이룬 획기적인 성과는 '송장을 받으면 대금을 지불한다'가 아니라 '제품을 받으면 대금을 지불한다'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와 더불어 포드사의 리엔지니어링은 정보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즉 리엔지니어링된 조달프로세스에서 구매주문의 온라인 데이터베이스가 없었다면 포드사의 수납부서의 직원은 제품이 도착할 때 공급자에 대한 대금지불을 승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데이터베이스가 없다면 수납부서의 직원은 포드사가 무엇을 주문했는지에 대해 완전히 무지할 것이다. 제품이 도착했을 때 그 직원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전처럼 그 제품이 주문되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여 외상매입금부서의 직원이 물품수취서류와 구매주문서, 송장을 대조할 수 있도록 넘겨주는 것이다. 이론상으로 모든 구매주문서의 사본을 회사의 모든 수납부서에 보내면 수납부서에 도착한 제품을 그것과 대조할 수 있겠지만 그러한 문서시스템이 비실용적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포드사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식의 운영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정보기술은 리엔지니어링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