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기본원칙

주식투자만큼 어려운 일도 없을 것이다. 주식 때문에 엄청난 부를 얻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순식간 망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같이 주식시장이 호황인 경우 더 어려울 수도 있는데... 예를 들어 A회사 주식을 1만 5천원 주고 샀다가 3만원이 넘길래 신나서 팔았는데 얼마 안지나 5만원을 육박한다니 배가 아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런 시기에 개인투자자들이 가져할 자세는 어떤 것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투자기간의 중요성

장기 투자자에겐 종목선택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비싸게 사더라도 투자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A회사 주식도 4만 9천원에 사서 1년 뒤 10만원을 받을 수만 있다면 수익률이 1백%를 넘는다. 문제는 10만원까지 갈 수 있을 것인가다. 이때 필요한 것이 회사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다. 단기 투자자라면 종목선택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잘못 골랐다 싶으면 팔아버리면 그만이므로 언제 사서 언제 파는가, 즉 타이밍이 주식투자의 결정적 요인이 된다.

그렇다고 일반인이 시시각각 변동하는 주가를 지켜보다가 순간적인 매매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가령 종합주가지수 800을 넘은 이 시점에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처분할 것인가, 아니면 조금 더 가지고 있어야 하는가. 처분을 미루었다가 오늘 20포인트 떨어지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99년 4월 28일만 하더라도 800을 몇번이나 넘나들다 결국 790에서 마감했다. 여기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이야기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나고 보면 절묘한 매도시점도 사전에 귀신처럼 알나낼 재간이 없다. 현실적으로 최고가격에 팔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란 얘기다. 오를 때 사기 어렵다가도 한번 내리기 시작하면 팔기 어려운 것이 주식이다.

손실관리가 우선

따라서 나름대로 일관성있는 시스템이 있어야 단기매매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어떤 경우에라도 추상적인 느낌이나 시장의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온갖 정보, 분석기법, 수십조원의 자금으로 무장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외국인 포함)과 승부를 겨루기로 한 직접투자자들은 체계적인 접근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매일 고민해도 혼란은 혼란대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식을 살 때는 왜 사는지 분명히 기억했다가 그 이유가 없어지면 앞 뒤 가리지 말고 팔아야 한다. 머뭇거리다가 본의 아니게 장기투자를 하게 되고 결국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은 종목은 얼마든지 있음을 기억하자. 질질 끌려가 더 큰 손실을 보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목표가격을 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가가 예상한 방향과 거꾸로 갈 경우, 5% 또는 10% 손실폭을 감수하고 팔아치울 수도 있다. 팔고 나서 주가가 되올라 후회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더 큰 손실을 막는데 효과적이다. 지금처럼 급등이 이어질 경우 1백 포인트 또는 그 이상의 조정은 당연히 예상하고 있어야 한다. 여러 번의 작은 손실들은 한번의 큰 이익으로 만회하는 것이 프로의 솜씨다.

유망종목

미국의 주식시장은 70년대에 들면서 우량주로 눈을 돌렸다. IBM, 코닥, 맥도날드, 디즈니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주식들을 사는데 누가 시비를 걸겠는가. 이들 50여개 종목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올라 72년 주가수익비율(PER)은 80-90이 예사였다. 거품논쟁으로 뜨거운 지금 미국의 PER 평균이 20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당시 열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하튼 5년 후 이 열기가 사라졌을 때 이들 대부분은 주가가 반토막난 상태였다. 지금 우리 주식시장의 기관장세가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얼마나 지속될지 어림잡기 힘들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투자의 기본자세

투기는 어떤 경우라도 피해야 한다. 여기에서 투기는 내용을 모르는 투자를 하거나 감당할 수 없는 손실을 모험하는 행위를 말한다. 회사가 무엇을 하는지 모른채 주식을 사면 투기행위이다. 1억원을 투자해 이익을 보기는커녕 3천만원을 날렸을 때 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면 이 역시 투기이다. 투기는 절대로 피해야 한다.

중앙일보 1999년 4월 29일자에서 발췌,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