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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라" "입어라" 인터넷 성 공방
최근 개설된 인터넷 성인전용 방송을 놓고 '인터넷 성'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인터넷 방송에서는 어느 수위까지 노출이 허용되는지, 성의 상품화가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가 등의 문제를 놓고 방송국과 관련 당국, 시청자들 사이에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또 법적 조치 여부에 따라서는 이 방송국이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를 존폐 위기를 맞고 있다.
논란은 지난 10월 10일 성인전용을 표방한 인터넷 방송 '엔터채널'(www.enterchannel.com)이 문을 열면서 시작됐다.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3시까지 하루 6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이 방송은 젊은 여성들이 진행하는 '노출 토크쇼' 방식. 이때 시청자는 한편으로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 여성 진행자(IJ·인터넷 자키)의 노출을 감상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채팅을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진행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물론 대화는 성적인 내용이 하이라이트를 이룬다. 다음날 낮12시부터는 전날 방송이 그대로 재방송된다.
이 방송은 개국하자마자 여성 진행자의 과도한 노출과 성적인 분위기 등으로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가입자에게 월 1만원씩의 사용료를 받는 유료방송임에도 불구하고 불과 2개월만에 1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유료 인터넷 사이트가 이같은 회원 수를 확보한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방송국측은 "앞으로 6개월내에 가입자 수를 10만명선으로 늘리겠다"고 말한다.
어느 정도의 노출이기에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을까.
예를 들면, 토크쇼 도중 미녀 IJ가 수면제가 든 음료수를 마시고 쓰러진다. 이때 갑자기 화면에 PD가 등장, IJ의 옷을 한 부분만 남긴 채 전라가 될 때까지 한꺼풀씩 벗긴다. 그런 장면들을 카메라가 클로즈업 시켜가며 시청자들의 눈을 어지럽힌다.
또 다른 장면. 강렬한 비트 음악에 맞춰 여성 IJ가 연신 몸을 흔든다. 카메라가 그의 다리 밑으로 연신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가끔 웃옷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IJ는 춤을 추면서 어깨끈을 내려 가슴을 살짝 보여주다가 나중에는 웃옷을 완전히 벗어 던진다. 그리고 팬티까지…. 은밀한 장소에서만 볼 수 있는 화끈한 스트립쇼가 비록 인터넷상이지만 방송을 탄 것이다.
요상한 게임도 분위기 조성에 한몫 거든다. 미녀 IJ가 PD와 게임을 한다. IJ가 지면 옷을 벗고 PD가 지면 뿅망치로 얻어 맞는 식이다. 몇분만에 IJ는 올누드가 된다. 그런데 PD는 깃털로 IJ의 신체 부위를 이곳저곳 간지럽힌다. 성행위 장면이 없고 여체의 중요 부위만 피했을 뿐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주는 셈이다.
등장하는 IJ는 에로배우, 누드모델, 나레이터모델 출신 등으로 노출에 익숙한 20대 미녀들. 이들은 IJ라는 새 직종을 만들어간다는 데 의욕이 넘쳐 있다.
이렇다 보니 시청자들의 반응은 자못 열광적이다. "한번 만나자", "첫경험 때 느낌이 어땠느냐", "수술한 가슴 같다"는 등 IJ 개인에 관한 질문이 나오는가 하면 자신의 연애·성경험을 털어놓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노출시간이 가까와지면 채팅창에는 "빨리 벗어라", "왜 더 벗지 않느냐"는 성화가 빗발친다. 이에 따라 채팅을 담당하는 웹마스터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진다. 또 더 벗기려는 PD와 적당히 벗겠다는 IJ 사이에 실랑이도 벌어진다.
한번은 노출도에 불만을 가진 일부 시청자들의 해킹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버가 다운되는 사고로 인해 방송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방송국측은 "가입자는 20∼30대 미혼남성에서 60대 치과의원 원장, 대학원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계층의 남성들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11월 18일 인터넷상의 통신 내용을 사후 심의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여기서 '내용이 인터넷 통신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제3분과 김철환 과장은 "과다 노출, 자위행위, 음란한 대화 등이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2항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윤리위는 여성 진행자를 묶어 놓고 옷을 가위로 잘라 벗긴 행위, 깃털로 여성 진행자의 신체 부위를 건드려 성적 반응을 체크한 일, 여성 진행자가 신음소리를 내며 자위행위를 한 것, 진행자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옷을 벗긴 행위, 여성 진행자의 몸에 글자를 써넣는 행위, 시청자와의 음란한 대화 내용 등이 특히 문제가 됐다고 밝혔다. 김철환 과장은 "인터넷 방송의 경우 명문 심의 규정이 없어 성인용 영화등급 심의 수준의 잣대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부적합 판정이 확정되면 엔터채널은 '성 위주 방송'을 중단해야 한다는 게 윤리위의 설명이다. 국내 처음으로 등장한 인터넷 성인방송이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한술 더 떠 윤리위는 엔터채널의 방송 내용이 형법상 공연음란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보고 경찰청 컴퓨터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엔터채널은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할지 모를 형편에 놓였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이 방송을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할 방침이다. 보호위 보호기준과 남형기 사무관은 "이 방송이 형법상 음란물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지정, 기술적으로 만19세 미만 청소년의 접근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구비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 당국의 강경 대응으로 이 방송의 초기 '화끈함'은 한풀 꺾였다. 엔터채널 장덕중(42) 사장은 "그동안 지나쳤다는 일부 지적에 따라 여성 진행자의 상반신 노출까지만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1월말부터 이 방송은 노출 정도를 상당히 완화했다.
2시간 길이의 프로그램에서 젖가슴 등 상반신을 노출하는 시간을 20분 정도로 한정했다. 노출도 수면제·가위 등 변태적 방법 대신 음악에 맞춰 옷을 벗는 방식 등을 취하고 있다. 또 시청자와 진행자 사이에 채팅을 통한 대화의 비중을 높였다. 허윤정(28·여) PD는 "과다한 노출 위주의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분위기 등으로 성을 미화, 승화시키는 데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인방송이라는 틀은 바꿀 수 없다는 게 이 방송국의 입장이다. 일간지와 주간지 등에서 연예담당 기자 생활을 10여년간 했다는 장덕중 사장은 "엔터채널은 건전한 성인용 성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인터넷 방송의 경우 현재 뚜렷한 관련 법규가 없어 인쇄·영상 매체의 노출 수위를 넘지 않으면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본다. 인터넷 성인방송이 오히려 인터넷상의 음성적 음란물 사이트를 줄이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만19세 미만 청소년의 접근을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어 청소년에게 해를 줄 우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회원 가입이나 회비 납부시 신용카드를 사용케 하거나 은행에서 실명으로 회비를 납부하게 해, 연령을 확인한 뒤 방송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는 회원 ID와 비밀번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덕중 사장은 "관련 당국의 제재조치에는 법적으로 대응해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자료원 :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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