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 사고방식의 후유증… 권위적이지 않은 진정한 리더십
500여명의 종업원을 둔 한 제조회사 사장의 호소다. “부친이 사장이었을 때는 꼼짝 못하던 종업원들이, 3년 전에 부친이 돌아가시고 내가 사장이 되면서부터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더니 결국 노조를 결성해 온갖 조건들을 요구하면서 벌써 두달째 파업 중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종업원들을 설복시킬 수 있을까요?"
참으로 난감한 문제다. 필시 젊은 사장은 경영도 체계적으로 했을 것이고, 직원들 복지를 위해 이런 저런 장치도 마련했을 것이다. 종업원 개개인에게도 민주적으로, 인격적인 대우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무차별적으로 인격 이하의 대접까지 받았을 당시에는 찍소리 못하던 그들이 훨씬 좋아진 환경에서 이 무슨 날벼락인가?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그의 생각을 물었다.
“얼마 전에 70세 노부부가 이혼한 사건이 있었지요? 노부인은 이제 자식들도 다 키웠으니 나도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사람답게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평생 권위적이고 큰소리만 치던 남편이 밉고, 억눌려만 살았던 자신의 신세가 한스럽다는 거예요. 40년간 잘 참고 살아왔던 그 노부인은 왜 이혼을 택했을까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상황을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만 끄덕였다.
“부친은 아마도 종업원들에게 상당히 강압적이었던 것 같네요. 혹시 종업원들이 권위적이던 부친을 꾹 참고 기다리다가 당신에게 분풀이하는 것은 아닐까요?"
사장은 이기고 직원들은 패하던 시절에 발전을 거듭했던 회사가 사회환경이 바뀌고 경영자가 바뀌면서 분란에 휩싸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경우 ‘2세 경영자의 자질 부족??을 이야기하지만 실제 내막은 그렇지 않다. 그동안 억눌렸던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영자는 종업원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경영자들은 항상 ‘승-승(win-win) 관계'를 고민해야 한다. 회사와 직원들의 관계가 '승-승', 즉 서로에게 득이 되는 관계가 아니라 '승-패'의 관계라고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승-패의 사고방식은 '나는 이기고, 상대방은 지는 것'으로 자신의 생각이 옳고 상대의 생각이 틀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권력이나 재산, 배경 등을 동원한다.
많은 경영자들이 자신의 업적을 위해 노사관계를 ‘승-패'구도로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단기간의 업적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반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노조도 과거에 대한 한풀이로 회사를 패하게 하려는 의도를 계속해서 가진다면 결국에는 자멸하고 말 것이다.
승-승을 위한 노력을 중도에 포기하고 선택한 차선책들이 장기적인 대인관계에서 결국은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일들을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회사의 횡포를 참았다가 집단행동으로 대항하는 노조, 복수를 벼르고 참아오다 늙고 무기력해진 남편을 거부하는 부인, 어릴 때 부모로부터 일방적으로 복종을 강요당하거나 구타당한 자녀가 성장해 그동안 당했던 것을 폭력과 살인으로 분풀이하는 사례들이 그것이다.
승-승, 즉 상생과 공생, 공존공영은 생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법칙이자 효과적인 인간관계를 위한 원칙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이런 승-승적 사고방식에서만 가능하다. 무서워서, 두려워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이롭기 때문에 따르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이다.
자료원 : Economist, 2004.05.11 736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