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자동차-전자 매각협상 진행…"내년초 워크아웃 일단락"
지난 99년 8월 국내 재계 랭킹 2위의 대우그룹이 해체된 지 2년여가 흘렀다. 그룹 해체 직후 12개 대우계열사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 독자 생존의 길을 모색했지만 회사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구조조정에 성공한 ‘모범’ 계열사가 있는 반면, 일부는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아직도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 등은 독립 경영권 회복
대우종합기계 창원공장 직원들은 지난달 30일 일과 후 부서별로 조촐한 회식을 했다. 2년3개월여 만에 회사가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것을 자축하기 위해서였다. 은행과 자산관리공사에서 파견나왔던 8명의 경영관리단 직원도 이날 모두 철수했다. 이 회사는 98년 7900명이던 직원 수를 현재 4400명까지 줄였고, 최근 3년 동안 신입사원 채용을 중단했다. 노조도 2년 연속 무분규로 회생노력에 동참했다. 덕분에 올 들어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90%가 넘는 공장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 김재섭 생산부장은 “일감이 밀려 요즘도 매일 3~4시간씩 잔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8월 말 가장 먼저 워크아웃을 벗어났다. 작년과 올해 세계 조선시장이 호황인 이유도 있었지만, 한때 5조원에 육박하던 부채 가운데 1조1700억원을, 작년 말 채권단이 출자전환(출자전환·대출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탕감해준 게 큰 힘이 됐다. 대우조선은 대당 평균 1억7000만달러(2200억원)짜리 LNG선을 지난해 6척, 올해는 10척을 수주, 단일 회사로 세계 최고 실적을 올렸다.
◆대우건설 등은 회생 발판 마련
대우건설·대우인터내셔널·경남기업 등은 워크아웃 상태이지만 어느 정도 회생의 기틀을 마련한 상태다. 대우건설과 대우인터내셔널은 독립 경영이나 마찬가지인 ‘자율 워크아웃’을 추진중이다. 두 회사는 ㈜대우를 건설·무역·배드컴퍼니(부실자산만 모아 따로 떼어 낸 회사)의 3개사로 분할하면서 독립했다. 특히 대우건설은 올 들어 주택경기 활황에 힘입어 영업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세전 순이익만 406억원을 올렸고, 나이지리아 LNG가스시설공사 등 모두 5억1200만달러어치의 해외공사도 따냈다.
경남기업도 아파트 분양이 호조를 보이면서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23%나 증가했다. 회사측은 내년 상반기쯤이면 워크아웃에서 졸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이너스클럽코리아와 대우전자부품은 다른 기업으로 매각돼 간판을 바꿔 달았다. 다이너스클럽은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에 팔려 현대카드로 최근 사명을 변경했고, 대우전자부품은 알루코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대우차·전자 등은 해외 매각협상 진행중
대우차 등 자동차 관련회사와 대우전자는 해외 매각을 통해 갱생의 길을 찾고 있다. 대우차는 지난 9월 미국 GM에 매각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우차판매와 대우차 부평공장은 비효율적인 직영 영업망과 노조 문제 때문에 GM이 인수를 꺼리고 있다. 쌍용자동차의 경우, 채권단이 지난달 9500억원의 빚을 출자로 전환하기로 결의함에 따라 제3자 매각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대우전자는 채권단이 지난 9월 외국업체들을 상대로 인수의향서를 받아 연말까지 우선 매각협상 대상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우전자는 과감한 인원·조직 삭감 조치로 구조조정 노력은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지만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부채 때문에 매각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기형 대우전자 사장은 “내년 2월까지 해외매각을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잘 안 될 경우에 대비해 독자 생존 방안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한빛은행 김영수 상무는 “대우 계열사 워크아웃 작업은 당초 5년 계획으로 추진했으나 채권단과 계열사의 노력으로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돼 내년 초까지는 대략적으로 일단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원 : 디지틀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