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스쿨'은 하루 페이지뷰만 3000만
나이든 은사(恩師)를 모시고 오는 팀도 있고, 동창생들이 서로 앨범을 가지고 와서 얘기를 나누는 장면 등 정겨운 풍경이 많이 눈에 띈다는 게 김씨의 이야기다.
인터넷을 통한 동창회가 20대를 중심으로 네티즌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 학교나 직장에서 어제 동창회를 했다거나 옛 동창생 누구누구를 인터넷으로 몇년 만에 만났다는 말을 듣기 어렵지 않게 된 것이다.
옛 친구나 모교(母校) 이름을 입력한 뒤 그 이름들이 화면에 뜰 때의 기분은 뭐라고 설명하기가 힘들어요. 가슴 찡하고 무작정 그리운 느낌…. 이제 인터넷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학생들끼리의 동창회 모임도 늘어나는 추세다. 사이트에 가입만 해놓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옛 친구에게서 이메일로 연락이 오기도 한다.
● 교육부 데이터베이스보다 더 정확
"서로 의젓해져서 보게 되니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어요. 별로 좋아하지 않던 아이와도 금방 친해지구요." 인터넷 동창회 사이트에서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반창회와 동창회 모임을 가졌다는 허동균(23ㆍ대학생)씨는 "모여서 MT(단체여행)를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의 진원지는 ‘아이러브스쿨’(www.iloveschool.co.kr)을 비롯, ‘다모임’ (www.damoim.net), ‘학창시절’(www.schooldays.co.kr), ‘동문닷컴’(www.dongmoon.com), ‘백투스쿨’(www.back2school.co.kr) 등 동창 전문 사이트. ‘다음 카페’(cafe.daum.net), ‘세이클럽’(www.sayclub.com), ‘프리챌’(www.freechal.com), ‘싸이월드’ (www.cyworld.com) 등 커뮤니티 사이트의 동문 모임도 가세했다.
선두주자는 아이러브스쿨. 특별한 광고나 홍보도 없이 얼마 전 회원 400만명을 넘기고도 매일 6만명 이상 신규 회원이 가입하고 있다고 한다. 하루 페이지뷰만 3000만에 이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의 홍보담당 장재혁씨는 “교육부의 데이터베이스보다 정확하다는 얘기 가 있다”며 “지금은 문을 닫아 존재하지 않는 전국의 학교 등 실제로 100%가 넘는 학교들이 등록되어 있다”고 말했다.
아이러브스쿨의 인기를 말해주는 일화 하나. 두달 전쯤 경찰에서 특정 아이디 주인의 신원을 알려달라는 요청이 이 회사로 들어왔다. 한 사용자가 집을 비운 동안 물건들을 도난당했는데, 집주인은 침입했던 도둑이 자신의 노트북을 통해 아이러브스쿨에 접속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경 찰에 알린 것이다. 너무 끈끈한 동창 사랑으로 인해 꼬리가 잡힌 경우다.
왜 이렇게 학교와 동창이 인터넷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것일까. 인터넷 동창회의 범람과 아이러브스쿨의 성공은 인맥(人脈)과 정(情)을 중요시하는 한국인 특유의 정서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점점 개인주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라는 유대의식을 중요시 하는 한국적 풍토와 네트워크를 생명으로 하는 인터넷이라는 미디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과 연 외국이었으면 이런 정도로까지 유행을 탔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다. 가장 한국 적인 아이템의 하나라는 평가다.
2만여개의 동창 관련 동호회를 가진 세이클럽을 운영하는 네오위즈 경영지원실의 김나영씨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젊은날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 ‘학교’이며 한국인의 강한 동류의식이 인터넷에 반영된 것이 학연(學緣) 관련 동호회의 규모가 커진 이유로 본다”고 설 명했다.
5만여개가 넘는 학교 관련 동아리가 활동 중인 ‘다음카페’와 동문찾기, 은사님 찾기 등을 포 함한 ‘사람찾기’ 서비스를 지난 8월 22일부터 새로 선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IR/PR팀 이 수진씨는 “요즘의 커뮤니티는 학교를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있다”며 “추억을 되살리고 또 친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동창회 커뮤니티 활성화의 원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에서 친구들을 만난 반가움은 자연히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진다. 이미 친근하게 아는 사이인데다 같은 동네에 사는 수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재회는 채팅이나 동호회의 ‘정모’(정 기 모임 혹은 시간을 정하고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나 ‘번개’(오프라인 즉석 모임을 나타내 는 용어)보다 쉽게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요즘 서울 신촌과 강남 등 젊은이들이 모이는 거리 에는 동창회 모임이 열리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인터넷 동창회 모임 때문에 다른 모임의 장 소 예약을 하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들 오프라인 모임은 적어도 10명 이상이 나 오는 비교적 큰 규모가 많다.
또한 초등학교 동창회가 압도적으로 많은 점이 이같은 모임의 두드러진 특징이다. 고등학교나 대학 친구들은 비교적 최근까지 연락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초등학교 모임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이성 친구 때문이다. 첫사랑의 대상이나 짝사랑했던 친구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어 떻게 변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중·고등학교의 경우 남녀공학의 모임이 더 활기를 띤다. 인터넷 동창회 모임 자체가 인터넷에 익숙하고 미혼이 많은 20대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로맨스도 일 어난다. 대학생 민모(22)씨는 “(광주 살레시오초등학교) 동창회를 통해서 만난 동기생들 중 세쌍이 서로 사귀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게 인터넷 동창회 이용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남녀공학 모임이 더 활기
직장인 김승범(27)씨는 “초등학교 학창 시절 생활은 시간이 오래 지난 만큼 그리움도 크다” 며 “모두들 다양한 삶을 살고 있지만 격의 없이 예전처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 부 동창들끼리는 매일 만나기도 한다며 인터넷 동창회의 열기를 전했다.
이로 인해 반가운 얼굴을 쉽게 보게 됐지만 우리 사회의 병폐인 ‘학연’을 더 공고히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김용학 교수는 아이러브스쿨에서도 강남의 초ㆍ 중ㆍ고교나 명문대 출신의 모임이 많은 것을 예로 들며 “정서적 측면에서 볼 때 옛 친구들을 만나 정을 나누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인터넷의 기술을 통한 사회적 연줄이 심화ㆍ확대되는 현상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점점 개인주의가 심화되어 가는 세상 속에서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온라인 통로인 인터넷 과 오프라인 네트워크인 동창회의 결합체인 인터넷 동창회의 붐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원 : 주간조선 1619호
